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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제 6 호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그리고 나의 결심

  • 작성일 2024-03-07
  • 좋아요 Like 3
  • 조회수 2025
정지은

정기자 정지은 202210316@sangmyung.kr



- 영화<내 어깨 위 고양이, 밥> 中

 

  연말이 되면 꼭 찾는 영화가 하나 있어요. 바로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입니다. 처음에 이 영화의 제목을 들었을 때는, ‘무슨 영화 제목이 이렇게 입에 안 달라붙지? 너무 길어. 재미없을 것 같아.’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머리를 스쳤습니다. 자극적이고, 웅장하고, 화려한 내용의 영화에만 익숙해져 있던 머리라서 그런지 제목만 보고도 이미 잔잔할 것 같은 느낌에 자동으로 거부감이 든 것 같아요. 그러나 2021년의 어느 겨울에, 매년 만나는 케빈과 해리포터에게 무료함을 느껴 새로운 인물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넷플릭스를 살펴보다가 당시 집 마당에 들락거리던 치즈 고양이와 똑같이 생긴 고양이가 있는 영화 포스터에 자연스레 눈길이 가더라고요. 우연히도 추천받았던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이었어요. 그때 후로 저는 매년 밥을 찾게 되었죠.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아무런 희망 없이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며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가던 약물 중독자 제임스에게 귀여운 매력의 친화력을 가진 길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오고, 그의 인생이 180도 변화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180도 변화라고 한다면 대개는 드라마 속 선했던 주인공이 악당을 만나 불의에 맞서 180도 변하는 것, 혹은 가난하기만 했던 주인공이 부잣집을 만나 이전과는 다른 부유한 인생을 살게 되는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를 떠올리실 것 같아요. 그러나 제임스에게 찾아온 것은 악당도, 부잣집 자녀도 아닌 그저 작은 고양이였습니다. 제임스는 당시 약물 중독 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여건이 너무나도 취약했던 터라,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이를 극복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런 제임스에게 어쩌면 정착하지 못하고 자신처럼 떠돌아다니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온 거죠. 그렇게 제임스는 부족한 형편으로 고양이를 치료하고, 밥을 주는 데에 전념합니다. 고양이의 외롭지만, 어딘가 줏대 있어 보이는 모습에 제임스는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였을지도 몰라요. 더불어 친절한 이웃 베티를 만나 고양이에게 ‘밥’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밥과 일거수일투족 모든 것을 함께하게 됩니다. 어둡기만 했던 제임스의 인생은 점차 환해지게 되었어요. (이때 밥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고 저희집 마당에 놀러 오던 고양이의 이름도 밥이 되었다는 소소한 이야기를 함께 전할게요. 정말 똑같이 생겨 이 영화에 더 애정이 갔을지도 몰라요) 

  제임스가 혼자서 버스킹을 하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그의 근처를 지날 때 5초 정도 귀에 맴도는, 사람들이 도심 속 가게 앞을 지날 때 아주 잠시 귀를 스치고 지나는 한낱 배경음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거예요. 제임스가 아무리 거리에서 ‘빅 이슈’ 잡지를 팔며 노래해도,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그를 지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제임스의 어깨 위에 오른 밥의 모습을 보게 돼요. 그러고는 제임스와 밥에게 호의를 표하며 영국 시내에서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제임스는 이렇게 밥 덕분에 버스킹 공연도 흥하게 될 뿐 아니라, 잡지 판매에서도 많은 사람의 응원을 받아 모든 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하게 되죠. 그는 거리에서 만난 밥을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 중에서, 밥이 아닌 제임스의 삶 그 자체에 주목한 한 출판사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할 기회까지 얻게 됩니다.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을 통해 누군가는 이미 늦었다고 말하는 자신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아픔을 치유하고 희망만을 향하는 제임스와 밥의 모습은 희망과 용기, 사랑의 힘을 떠올리게 합니다. 누군가는 ‘희망’은 ‘희망’일 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개운하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 잊어버리고 마는 기분 좋은 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는 자신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은 채 자신에게 생기는 일들을 하나의 기회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제임스는 자기 집에 찾아온 고양이를 못 본 채 내치고, 세상과 담을 쌓은 채 살아가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을 믿고,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자신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의 우연의 선택들을 한 것이죠. 이 선택들이 지금의 제임스를 만들어 준 것이고요.

  저는 스스로를 믿고 주위에 나를 응원해 주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삶을 살아갈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더라도 말이죠. 제임스는 노래하는 사람입니다. 관객들의 호응과 반응이 중요한 사람이죠. 그는 직접 작곡하고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줍니다. 그가 아무리 약물 중독자에, 가난하다고 하더라도 그는 자신과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이 버스킹 장면들을 중요하게 다루면서,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듭니다. 그의 옆을 지긋이 지킨 밥과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한둘 늘어나는 것을 장면마다 보여주며, 그가 자신의 삶과 선택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는 것 같아요. 나와 다른 존재에게서 힘을 얻는다는 것은 하나의 소중한 선물로 여길 수 있습니다. 나를 아는 사람의 나를 향한 신뢰와 깊은 애정이 주는 존재는 한 개인의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힘을 가졌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열정'과 '용기'라는 단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제임스처럼 지금까지 살면서 무언가에 미친 듯이 몰두해 본 적이 있는가?', '그럼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난 어떤 노력을 해왔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주인공 제임스는 너무나 힘겨운 상황임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합니다. 자신의 잘못됨을 바로잡고, 한 걸음 더 나아가려고 하죠. 그런 제임스의 모습이 요즘 들어 영양가 없는 고민만 하며, 미래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리숙하게 헤매는 저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생각하다가 이러한 고민은 자연스러운 것이나,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어요. 그러면서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열정을 가지고, 앞만 보며 몰두해 보는 경험을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습니다. 이 생각은 저에게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 볼 용기를 얻게 해 주었죠. 실패하더라도, 훗날 내가 못 해 본 것에 대한 후회하지 않게끔 도전하며 살아야겠다는 용기 말이에요. 이를 기점으로 저도 새해에는 다양한 것들을 많이 경험해 보며, 제임스처럼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고, 밥처럼 든든한 주변인들과 함께 앞으로 당당히 나아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답니다.

 

  저에게 큰 용기와 열정을 심어준 것처럼, 이 영화는 마치 희망을 비춰주는 등대 같습니다. 제임스의 상황이 현재 캄캄한 동굴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곳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와 희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어두움을 극복하는 면과 동시에 영화 전체에 밝고 긍정적인 면을 보여줍니다. 이렇듯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소소한 따스함을 전하면서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를 가져다줘요. 여러분의 몇 번이고 돌려보는 인생 영화는 무엇인가요? 여러분의 인생 영화와 그 이유도 궁금해지네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와 그 이유를 찾아 이렇게 누군가에게 전하는 것만으로도 다시 한번 그 작품을 재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는 듯해요.

  영화에서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은 흐르는 강물처럼 끝과 시작이 없다고 말합니다. 어떤 날은 슬픔에 허우적대다가, 또 어떤 날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새롭게 태어난 것 같다며 이러한 모든 고통과 상처, 괴로운 밤은 온전히 자기 자신의 몫이라고 하죠.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날들도, 거짓말처럼 모든 것이 잘 풀리는 날들도 있지만, 이것들은 모두 여려 우연들과 자신의 그 순간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생은 내비게이션처럼 누군가가 길을 안내해 주지도, 묻는다고 답을 해주지도 않습니다. 내가 담겨 있는 상황 속에서, 나의 길에 맞는 최적의 선택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분명, 할 수 있을 거예요. 이미 충분히 많은 선택을 거쳐왔으니까요. 어두운 새벽이 가고 환하게 해가 뜨듯이 2024년에도 곁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삼아, 한없이 또 발전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참고문헌]

-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 문자영, ‘여전히 희망,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2’, 위드인뉴스. 2020.12.16.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ection=169&category=170&item=&no=23664>

- 김민지,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외', 경남도민일보, 2021.06.28.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65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