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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제 6 호 여유를 가지지 못하는 우리, ‘나’를 위해서

  • 작성일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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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699
이선민

정기자 이선민 202115029@sangmyung.kr



  두둥두둥, 내가 탄 지하철이 한강을 지나간다. 1호선 열차 안에는 항상 많은 사람이 타고 있다.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 억지로 몸을 끼워 잠시 숨을 고른다. 멍하니 창문 너머의 노을을 바라보자니 마음속 감성이 충만해지는 기분이다. 여유를 가지고 밖을 쳐다본 게 얼마 만일까. 대중교통을 타면 자연스럽게 손에 들린 작은 또 다른 세상으로 나는 잠수한다. 편도 2시간가량 이어지는 통학 시간에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할 수 있는 건 따지자면 많기도 하지만, 한정적이기도 하다. 가장 큰 이유는 언제 어느 역에서 사람들이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인 것 같다. 언젠가 눈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창밖을 바라보니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늘의 변화를 바라보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밖을 보고 있다니, 내가 매우 여유로운 사람처럼 느껴졌다. 남들이 그 작은 핸드폰으로 무엇을 하는지는 모른다. 유튜브로 영상을 보는 사람, 노래를 듣는 사람, 마저 끝내지 못한 업무를 하는 사람, 사색에 잠긴 사람 등 사람들은 자신만의 세계에 집중하곤 한다. 문뜩 내가 진정한 여유를 느껴본 적이 언제일지 생각이 들었다.


1) ‘여유(餘裕),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

  우리에게 왜 여유가 중요하고, 필요한지에 대해 글을 시작해 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여유는 앞으로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나아가는 추진제 역할이 아닐까 한다. 예전 나에게 여유란, 금전적-직업적으로 준비가 되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면 괜스레 남들과 비교하고 조급하게 행동했던 것 같다. 여유는 사치라고 여겼다.

  이처럼 바쁜 현대인들의 삶 속에서 자신의 내면, 마음을 걱정하고 돌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당장 오늘 내일의 일만도 신경 쓰기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서 여유를 추구하기엔 힘에 부친다. 사실 안다. 바쁜 현대인이 여유를 가지는 건 얼마나 힘들고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인지. 어른들은 그럴수록 여유를 가지고 쉬면서 일을 하라고 하신다. ‘얼른 앞에 놓인 일을 끝내고 쉬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내 입장에서는 쉬이 공감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리고 몇 년이 흘러 내 생활을 돌아보니, 어른들의 말은 틀린 것 하나 없다는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여유 없이 조급하게 달려온 이 삶에서 나는 항상 피곤하고 짜증이 가득했다.

  여유가 부족했을 때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대부분 끝이 좋지 못했다. 아르바이트를 구직할 때 왠지 모르게 빨리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야 할 것 같고, 여러 군데 다 찔러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분명히 내게는 시간적 여유가 있음에도 마음이 급해져서 섣부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 있지 않은가, 꼭 아르바이트를 구인하고 나면 내가 원하는 조건에 더 부합하는 일명 ‘찰떡’같은 자리가 생길 때가. 그러면 아쉬움을 머금으면서 ‘내가 왜 좀 더 시간을 두지 않고 마음 급하게 구했을까?’라는 후회를 하곤 한다. 내 마음에 100% 부합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일말의 최선의 선택을 위해서 어떤 경우에도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2) 우리도 여유가 필요하다.

  우연히 “20~30대 직장선택 기준”이라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2023년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20·30대 827명을 대상으로 기업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6.6%가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일과 생활의 균형)이 보장되는 기업을 선호한다는 내용이었다.[1] 예전에는 직장선택의 기준이 임금이었다면, 요즘은 워라벨을 추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 왜 여유가 부족하게 된 걸까? 이렇게 요즘 세대가 워라벨을 그렇게 중요시하면서도 왜 쉬는 것을 두려워할까 라는 의문을 던져본다. 가장 큰 이유는 ‘도태될 것 같은 두려움’이라고 생각한다. 여유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잠깐의 휴식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에겐 ‘여유라는 공백’만큼 남들보다 뒤쳐진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잠깐의 쉼을 통해 남들과 크나큰 사회적 성과의 격차를 만들 수 있다고 느낌에 불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여유는 바쁘게 달려가는 우리의 삶에 일종의 쉼표이다. 그래서 여유는 쉼표처럼 우리가 잠시 쉬면서 앞과 뒤의 일을 돌아보고 수정하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또한 지친 자기 내면을 돌보면서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을 만들어 준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성찰하고 돌보면서 조금 못하면 어때? 라는 식의 마음을 가지는 것도 괜찮다. 우리가 여유를 가지려고 하는 이유는 오로지 ‘나’를 위해서니까. 다른 누구보다 내가 중요하다. 나를 놓치게 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생활이라고 생각한다. 여유가 있어야 고여있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해 가는 모습을 추구할 수 있다. 혹시 아는가, 여유를 가지고 작업을 하면 생각지도 못한 영감의 산물들이 쏟아져 나올지. 


3) 어떻게 여유를 즐길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여유’라는 것을 즐길 수 있을까? 나의 경우에는 여유를 즐기기 위해 약속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출발해 버스를 타는 것을 좋아한다. 지하철을 타면 버스를 타는 것만큼 외부 창밖의 모습을 편하게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여유가 필요한 날에는 굳이 일찍 출발해 버스를 타고, 창밖의 모습들을 훑으면서 머릿속을 정리하곤 한다. 또 평소에 읽고 싶었던 작가의 작품이나 영화, 드라마 등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다. 이렇게 일상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또한 나만의 취미를 만드는 방법도 꼭 추천해 주고 싶다. 나는 머리가 복잡할 때 실내에 있다면, 오일 파스텔로 그림을 그린다. 물론 그리기만 좋아해서 그렇게 실력이 좋지도 않고, 유튜브 강의를 보며 조금씩 따라 그리는 수준이다. 오일 파스텔에 취미를 붙이게 된 이유는 강의를 보면서 한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내가 하는 행동에만 오롯이 집중했더니 근심이나 걱정거리를 잠시나마 잊게 되었기 때문이다. 방금까지 머리가 터질 것만큼 복잡해서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말이다. 무엇인가 성취하고 달성했다는 만족감이 어느 순간 흐릿한 머릿속을 맑게 만들어 주었다. 나의 경우엔 집순이라 실내 생활을 즐기지만 혹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고 싶다면 당연히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현실의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 한다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이 복잡할 때 익숙한 곳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 잠시나마 생활하는 것이 나를 더 관찰하고 의식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 여유,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라.

 하지만 중요한 건, 무엇인가를 거창하게 해야만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란 것이다. 길을 가다가 한 편에 피어 있는 작은 들꽃을 보는 시간도, 누워서 따사로운 햇볕을 맡는 고양이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여유로운 생활이라고 생각한다. 피곤한 하루에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대화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피곤하니까 얼른 씻고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허나 그 잠깐의 시간으로 사람들과 하루를 공유하며 투정을 부리기도 하며 위안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게 어떤 사람들은 소소하지만 작은 시간들이 모아 스스로를 돌아보고 누군가의 말을 통해 위안받는다. 이렇게 일상에서 벗어나 작은 것 하나로도 웃음이 나고 행복함을 느낀다면, 그 자체가 여유로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임을 알려주고 싶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여유로움’만 즐기라는 것은 아니다. 여유로움은 역시 부지런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따뜻한 햇살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기에, 열심히 자기 일을 몰입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정당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해당 되는 말이다. 여유를 통해 업무와 여가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 고생했다 내 자신’이라고 말해보라고!


[1] 김민지 기자,[그래픽] 20·30대 직장 선택 기준 조사 결과 ,연합뉴스,23.04.10,

https://www.yna.co.kr/view/GYH20230410000100044?section=search






[참고 문헌]

  1. 지속 가능한 취미, 여생을 함께할 최후의 보루, 브라보 마이 라이프, 23.06.01, https://bravo.etoday.co.kr/view/atc_view/14572
  2. 김선우 스페셜MC대표, [김선우의 컬러스피치] 현대인은 왜 마음이 아픈 걸까?, 시사캐스트, 23.10.03, http://www.sisacast.kr/news/articleView.html?idxno=45758
  3. 장수인 기자, 현대인들의 마음은 힘들다-번아웃 증후군, 전북도민일보, 23.03.14. https://www.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17430
  4. 김민지 기자,[그래픽] 20·30대 직장 선택 기준 조사 결과 ,연합뉴스,23.04.10, https://www.yna.co.kr/view/GYH20230410000100044?section=search